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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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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닥터 조 작성일08-11-07 00:00 조회2,9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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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가는 것일까요?
요즈음 들어 부쩍 예전에 지냈던 곳이 그대로 일까, 오래 전 친구들은 어떻게 지
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설
레이고 어느새 그 예전의 장소로, 기억 속으로 가 있는 나를 보게 됩니다.
저번 주 입니다.
내 친구중에 뮤지컬을 하는 사람이 있지요. 그 친구가 출연하는 뮤지컬이 있을
때에는 될 수 있으면 가서 보려고 노력하지요. 요즈음은 "헴릿"에 출연하고 있
어서 구경을 하러 갔는데 공연 장소가 마침 내가 태어난 청파동 근처의 숙명대
학교이었고, 아주 오랜 만에 그 곳을 찾게 되어서 예전 기억을 떠 올리며 설레이
는 마음을 가지고 갔었는데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모습들 속에서 예전의 기억
부수러기를 떠올리기에는 너무나 낯 설었습니다. 그 속에서 효창운동장에서 스
케이트를 타고, 숙대 앞의 분식집에서 떡볶이며 붕어빵을 사 먹으며 친구들과
어울렸던 기억들은 더 이상 떠 올리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
요.
이틀 전에는 초등학교때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외국에서 오
랫 동안 근무한 친구이지요. 정말 몇 년만에 만났지요. 그런데도 그렇게 오래 되
지 않은 느낌이었지요. 그 친구 회사 근처인 삼청동 수제비집 앞의 조그마한 식
당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병원에서 조금 일찍 출발했습니다. 이 가을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광화문 근처에서 차를 내려서 현대식으로
변한 청계천 개울가(?)를 끼고 조금 걷는데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더군요. 예전
의 이 근처의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따라 있던 무교동 낙지집들이 눈에 삼삼하더
군요. 그래서 청진동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그 곳은 재개발 계획에 따라 많은 집
들이 없어지고 대부분 문을 닫고, 일부 문을 연 집들도 입구에 언제 문을 닫을
계획이고 어느 빌딩 지하로 옮긴다는 안내문이 어지럽게 붙어 있더군요. 청진
동 해장국 국물에 소주 한 잔 하러 일부러 찾아 왔던 그런 추억이 엉기성기 붙
어 있는 동네인데 말입니다. 그 곳에서 발길을 돌려 풍문여고 에서 정독도서관
골목으로 향했습니다. 그 곳은 그래도 예전의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고, 조
그마한 가게들도 정겨운 모습들 이더군요. 오래된 중국집도 그대로 이고요.
정독도서관 옆 골목길을 따라 약속 장소까지 가는 삼청동길은 이 가을을 느끼기
에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게으름을 피우다가 약속 시간에 조금 늦고 말았지
요. 그런데 그 친구도 약속 장소에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하고, 그 집 앞에 있다
가 내가 오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이 근처를 오랜만에 왔으니 잠깐 그 근처를
걷다가 들어 가자고 하여, 예전에 있던 가게가 아직 있음에 반가와하고, 없어진
가게들을 기억해 내고, 새롭게 생긴 가게들을 지적해 냈지요. 이렇게 시작된 만
남은 어느새 예전 후암동의 초등학교 근처를 가끔 찾아간다는 공통점도 알 수
있었지요. 이렇듯 사람은 모름지기 추억을 반추하며 살게 되어 있는지도 모릅니
다. 또 예전을 기억하고 느끼게 하는 것은 음악과 옛 기억이 담긴 장소라 생각합
니다. 어느 특정 음악은 그 음악을 좋아서 듣던 그 당시로 바로 우리를 순간 이
동시키는 특급열차 이지요. 또한 기억속에 남아 있는 장소는 우리가 언젠가는
다시 가고 싶은 그런 환상의 섬이지요. 그래서 언제가 내가 찾아 갔을때 예전 모
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가, 그 공간에서 오래 전 나의 모습을 기억해 내는 즐
거움을 느끼게 해 주지요.
아는 사람이 유럽의 어느 도시에 있는 식당을 몇 십 년만에 다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같은 식당을 찾게 되었는데, 똑같은 모습의 그러나 조금은 낡
은 식당 간판이며, 오래 전 왔을 때 앉았던 그 식탁이며, 그 당시 근무하던 청
년이 이제는 나이든 모습의 그러나 예전과 같은 미소로 맞이하는 그런 식당에
서 식사를 하며 입안 가득이 추억을 음미하며 감동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는 이 친구의 말을 들으며, 우리도 그렇게 오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그런 장소에
서 이런 호사를 느낄 수 있게 추억이 떠 오르는 정겨운 공간과 건물들을, 눈을
감으면 정겹게 다가오는 꼬불꼬불 골목 길들을 지켜 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
져 봅니다. 이런 바램은 나이든 사람들의 희망 사항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희망 사항이겠지요. 마침 라디오에서는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
굴.........." 노래가 흘러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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