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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기록을 남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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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닥터 조 작성일09-02-02 00:00 조회2,7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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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는 것일까요?
옆 방에 가서 무엇을 해야지 하면서, 옆 방으로 가서는 내가 왜 이 방으로 왔는
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지경인데 몇 시간 전에, 몇 일 전에,
몇 달 전에, 몇 년 전에 내가 무슨 계획을, 무슨 생각을, 무슨 모임을, 특별한 무
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하려 한다는 것은 무모한 시도이겠지요.
후회스러운 일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왜 나의 지나온 흔적들을 기록해 놓치 않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그나마 일부 남겨 놓았던 기록들을 제대로 보관해 놓치 않았다는 것
입니다. 또 다음은 일부 보관되어 있던 기록들도 왜 그렇게 쉽게 내팽개쳐 쓰레
기통으로 버렸냐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까운 것이 있습니다. 막내 아
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멀리 떨어져 생활하게 되어서 거의 매일 이메일로 대화
를 하였는데, 그것들을 인쇄해 놓치도 저장해 놓치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아
이와 처음으로 떨어져 지내게 되면서 아빠로서, 친구로서, 어떨 때에는 같은 사
나이로서 그 날 그 날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귀중한 기록인데 말입
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인쇄해 놓은 것이 지금부터 삼년치는 되는 것 같습
니다. 사 년 이상의 기록이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린 뒤에 말입니다.
저는 큰 어려움이 없어 특별한 고민거리가 없을 때에는 글을 써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즐거운 기억들도 기록으로 남겨 놓으면 나중에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사람이 가벼워서 즐거울 때에는 모두다 내가 잘 나서
그런 줄 알고 우쭐대고, 또 계속해서 그렇게 잘 나갈 줄 알고 마음이 붕붕 떠 다
녀서 기록을 남기려는 생각조차 없었지요. 그러나 일이 마음 먹은대로 잘 되지
않고, 언잖고, 힘이 들 때에는 어김없이 어렵다고, 힘들다고, 인생이 이렇게 힘
든 길인데 왜 내 허락도 받지 않고 세상에 보내셨나요 하며 하나님에게 대들기
도 하면서 온갖 고통은 나 혼자 짊어진 얼굴을 하고는 주저리주저리 메모해 놓
았지요. 그런데 이런 기록 조차도 나중에 마음이 비교적 편해졌을 때에 들쳐 보
고는 내 자신의 그 당시 모습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그것들을 슬그머니 찢어서
버리곤 하였지요. 그 때 그렇게 부끄럽고 창피한 모습이 실제 제 모습인것을.
그런 나의 모습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 솔직한 말이겠지요. 또 혹시나 다른 누
군가가 나의 이런 모습을 알아 버릴까봐 근거를 남기기 싫었던 것이겠지요.
요즈음은 가끔씩 저의 현재 심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달에 무슨 일
이 있었는지 달력에 메모해 놓았다가 그것을 한 달치씩 간단한 소회와 함께 정
리해 놓고 있습니다. 이렇게한지 두 해가 지났습니다. 이런 기록들을 가끔 들추
어 보면서 적어도 지난 이 년 동안의 나의 지나온 길과 생각들을 반추할 수 있
습니다. 소가 음식물을 되새김 해서 소화를 시키듯, 사람도 자신의 지나온 흔적
들을 가끔씩 뒤돌아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올해가 "소의 해" 이어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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