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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서두르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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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닥터 조 작성일09-02-02 00:00 조회2,6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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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입니다. 개인 병원을 하고 있을 때 고등학교 친구 권유로 저의 병원에
서 선생님을 모셔다가 섹소폰을 배운 적이 있지요. 일주일에 한 번 씩 점심시간
에 친한 친구 세 명이 모여서 얼굴을 마주 보며 섹소폰을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
이였지요. 누구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처음 시작할 때에는 그 빽빽거리는 소리
가 듣기에 거북하여서, 저희 간호사들은 일주일에 한 번은 점심 시간에 병원에
있지 못하고 스스로 밖으로 나가야 했지요. 사실 바쁜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얼
굴을 보면서 악기를 불고 점심을 같이 한다는 것은 유쾌한 외도였습니다. 그런
데 그 때 우리들 생각이 너무나 짧았습니다. 우리는 단지 취미로 하는 것이니 우
리가 아는 노래들을 몇 개 연주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우겨서 기초 연습은 거
의 하지 않고, 처음부터 아는 노래의 악보를 놓고 한 두 소절씩 배워서 노래를
완성하는 식으로 연습을 진행하였지요. 그러니 아무리 쉬운 악보를 내 놓아도
우리가 배운 리스트에 없는 악보는 까막눈 이었지요. 그러다가 한 친구가 사정
으로 빠지게 되면서 우리들의 교습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지요. 기본이 되어 있
지 않으니 새로운 것은 할 수가 없었고, 예전에 불었던 노래만 앵무새처럼 반복
하다 보니 재미가 없어질 수 밖에요.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하였지요. 여태껏 고음 부분은 운
지가 쉽지 않아서, 저음 부분은 음을 내기 어려워서 연습을 게을리 하였더니 너
무나 생소하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섹소폰에 대한 모든 기억들을 접
고 기초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 박자 음치인 저는 박자를 맞추어 보
려고- 손과 발이 함께 노는 그런 어설픈 몸으로- 발을 깔딱거리며 박자를 맞추
어 보려 합니다.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던 제가 매일 악기를 대하며 오른손 엄
지 손가락이 뻐근해짐을 느낍니다.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그 선생님의 말을 듣고 기초부터 차분히 익혔다면, 지금 이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마치 기초 공사없이 건물을 지으려하니, 건물 자체가 올라가지
못한 것이지요. 그래서 이제서야 그 동안의 잘 못 들여진 습관들을 바로 잡으며
기초 공사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생초보들이 고수 말을 듣지 않고 서두르고 까
분 탓이지요. 그래서 지금은 서두르지 않고 좀 더 제대로 된 음을 내려고 운지
도 보다 확실히 하고, 텅잉도 좀 더 부드럽게 하며, 목에서 나오는 가벼운 소리
가 되지 않으려 배에도 더 힘을 주어 봅니다. 한 음 한 음에 정성을 들입니다.
일 못하는 목수가 연장을 탓하듯, 기초도 되지 않은 제가 겉멋만 들어서 사용하
던 악기를 내 팽개치고, 보다 좋은 악기를 구입하려고 애 쓰며 새로 악기를 구입
하였던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음악은 기본기를 익히는 것이 가장 중
요한데 너무나 조바심을 내었습니다. 좋은 악기를 찾기 보다는 좀 더 연습하는
데 땀을 흘렸어야 했었는데 말입니다.
이젠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섹소폰을 사 년전에 시작했다는 사람이, 좋은 악기
를 가지고 이런 소리뿐이 내지 못해 하는 비아냥도 감수하려 합니다. 이제서야
그 때 서두르지 말았을 것을 하며 뒤늦은 후회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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