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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다름질이 하기 싫은 또 하나의 깜찍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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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닥터 조 작성일12-12-14 13:45 조회2,8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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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사람은 집안 일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요즈음 밖에서 그림을
그리느라 신경을 집안 일에 많이 쓰기 어려운 형편인 것도 이해한다. 그렇다고 집안 일을
내팽개쳐 버리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집안 일 중에 유독 싫어하는 일이
다름질이라 생각된다. 집안 일을 도와 주러 오는 아줌마가 오기까지 다름질을 하지 않은
많은 마른 빨래 들을 벽난로 옆에 쌓아 놓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예 세탁기로 빨래를
하지 않았다면 화장실의 빨래 모으는 통 속에 있어서 눈에 거스르지 않을텐데 말이다.
오늘 그 동안 내 마음에 담아 놓았던 집안 일에 좀 더 우선 순위를 가져주었으면 하는
나의 생각을, 다름질을 하지 않아서 요즈음 입을 셔츠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런데 오늘날 다름질을 하기 싫게 만든 원인이 나 때문이란다. 아이들이 간난
아기 일 때 혹시라도 아이들이 화상을 입을까 다름질을 하지 못하게 했고, 전기 밥솥의
뜨거운 수증기 때문에 다칠까 그것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단다. 그래서 그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 때부터 이것들을 멀리하게 되었단다. 정말 다름질을 하기 싫으니 별 엉뚱한
핑계를 만든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이 궤변을 듣고 있던 아이들이 아빠가
우리들을 그렇게 신경 쓰면서 키웠어 하며 놀라는 눈치이며, 한편으로는 즐거워 한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것을 몰랐다가 새삼 확인하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이런 엉뚱한
핑계를 들으면서 아이들이 방에서 오물오물 기어 다니던 그 아득한 시간들이 내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가며 입가에 웃음을 한가득 머물게 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성형외과 레지던트를 할 때 많이 보았던 화상 환자들 기억이 난다.
그런 환자들 중에는 아기들이 많았었다. 그럴 때에는 환자 부모님들에게 좀 더 아기
들에게 다치치 않게 신경을 쓰지 그랬냐고 내가 괜시리 화가 나서 나무래곤 했다. 
그래서 그런 날에는 오랜만에 집에 가면 가장 먼저 아이들이 혹시 화상을 입을 환경이
아닌지 많이 챙겼던 기억이 난다. 그 화상의 무서움을 절실히 매일 느끼고 있기에
무의식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였던 것 같다.
어느덧 아이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그 까마득한 예전의 일들을 새삼스럽게
떠올리며 아직까지도 그런 이유로 다름질하기가 싫다고 둘러대는 그런 모습이 싫지
않다. 아이들의 예전 간난 아이였을 때의 예뻣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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